꽃잎을 쓸며
2010. 4. 12. 09:51ㆍ시
<꽃잎을 쓸며>
잊어야 할 것
잊을래도 잊히지 않지만
그래도 잊어야 할
그런 것들만 골라
아침마다 쉬임없이
꽃그늘이란 그늘 모두
풀벌레 한 마리 없는
풀섶을
헤메고 휘돌지
아무리 뒤져도
살피고 헤집어도
볼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이란
서로의 몸 속으로
서로의 마음까지
서로를 향해
아주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밤하늘이 별들로 인하여
내내 잠들지 않듯
이름 없고 볼품없는
들꽃들로 인해
저 넓은 들이 허전하지 않듯이
함부로 얼크러져 부대끼면서도
우리는 서로
오래 지켜봐야 한다.
아주 먼 그리움으로 남아
꽃잎마냥 서로를 향해
흩날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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