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경

2010. 6. 26. 09:11

 

     안   경

 

어제까지 흐리던 세상이

오늘은 정말 밝다.

세상은 본시 이리 환하고 밝은데

그냥 어두운 채로

살았다.

 

눈앞에 햇살 뛰놀고

먼 산등성이선 가뭇하게

벼랑 타는 사람들

바람에 쓸리는 풀잎

수런대는 가랑잎도

이제는 서럽지 않다.

 

귀밑 지나는 한줄기 바람에

문득 치솟는 눈물

아무리 다가서도 아득한 당신

흐린 기억 저편에서

오늘은 또 무얼 보는가

보고 마음 다치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토록 눈물 마르고 한숨 차오르는

늘 가슴 시린 이곳은

어둡고 습한 땅

아무리 되짚어도 헤아릴 수 없는

流刑의 세월

 

자꾸 멀어지는 당신

흐린 얼굴 잡으려

다시 안경을 쓴다

고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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