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1473

2022. 3. 11. 10:06단상

   大宗師 18

 

 자여子與와 자상子桑은 친구였다. 장맛비가 열흘이나 내리자 자여가 말했다.

 “자상이 아마 병들어 있을 것이다.” 하면서 밥을 싸들고 먹여주러 갔다. 자상의 집 문 앞에 이르자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곡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가 거문고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하늘인가, 사람인가?”

 소리를 내는 것도 힘에 겨운 듯 가사만을 빠르게 읊조리는 것이었다. 자여가 들어가며 말했다.

 “자네의 노래가 어찌 이러한가?”

 자상이 대답했다,

 “나는 나로 하여금 이 같은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네만 알 수가 없네. 부모가 어찌 내가 가난하기를 바라시겠나? 하늘은 사사로이 덮어주는 일이 없고, 땅은 사사로이 실어주는 일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어찌 나만을 가난하게 하였겠는가? 나를 가난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하고 궁리해 보았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려. 그런데도 이토록 궁지에 몰려 있으니 이것이 바로 운명이라는 것인가 보네.”

 

 ※ 운명의 주체는 하늘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며,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맹목적 힘이다. 그것을 맹목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적 차별이라는 계량計量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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