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452
무엇과 무엇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정작 본질적인 것, 핵심적인 것을 놓치는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부분보다 형식이나 표현의 차이 같은 지엽적인 부분이 비교되는 경우가 더 많은 까닭에 우리는 곧잘 그런 잘못을 범한다. 차이에 주목한다는 것은 곧 부분을 확대하는 것과 같다. 차이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어떤 본질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수용해야 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대등한 비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나 차이는 본래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차이를 통해 본질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비교의 대상 중 어느 한쪽을 부당하게 왜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같은 왜곡에도 불구하고 기껏 지엽적인 것이나 표면에 국한되는 것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대상간의 차이에 주목하고 열중하면 결국 차별화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 비교대상의 차이를 인식하거나 인정하고, 그런 토대 위에서 통합과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은 치졸한 논리적 유희에 불과하다. 진정한 공존은 그 차이가 있든 없든 언제나 가능하다. 그러므로 차이를 인식하거나 인정할 필요가 없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의 차별화도 본질을 왜곡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 일정부분 관계 지워져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은 같은 시공에서는 함께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관계는 모든 것을 비로소 존재케 하는 궁극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