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710

이 영옥(李永玉) 2018. 6. 12. 07:33



  나의 참된 모습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드러난다. 관계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자기 본래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식되는 자신의 모습,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을 신뢰하고 중시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의 관계나 관계의 작용 속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기를 원하고, 그 형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방기하거나 스스로 흡족해질 때 까지 수정하려 한다.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은 이미 '나는 어떠해야 한다.'는 일정한 틀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틀을 갖는 순간 나의 본질과 참 모습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나 되어야 하는 모습, 혹은 되지 말아야 하는 모습을 자기 안에 품어 안는 순간, 어떤 관계 속에서도 이미 자기 본래의 모습은 접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야 말로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사유와 인식을 위한 올곧은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특정한 순간에 자신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참 모습을 아는 일이 다른 어떤 일 보다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