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긱 714
관계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도 없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과 특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사람과의 관계든 여러 사람과의 관계든 타인과의 관계가 곧 나의 세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파생된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의 본래 모습과 나를 통해 투사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흔히 말하는 대중이나 군중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가족이나 친구들, 아내, 아이, 이웃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거대한 조직체들, 사람의 동원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운동이 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작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비쳐져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고 하찮은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참된 변혁을 위해서는 대중 운동에 참여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그 일에 동참하거나 아예 포기 한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대중 운동이 아니라 자신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의 내적인 재평가를 통해서만 일어난다. 이것만이 진정한 개혁이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혁신이다. 그러나 우리는 섬소하고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마주한 문제 대부분이 아주 거대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정밀한 조직체계를 갖춘 대중운동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분명 아주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단위야말로 바로 “나” 그리고 “너”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할 때, 이런 이해로부터 사랑이 샘솟는다.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이런 사랑의 요소가 결여되어있다. 관계 속의 애정과 사람만이 갖는 온기가 부족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맺고 있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이런 사랑과 부드러움, 관대함, 자비가 결여되어 있는 까닭에 우리는 혼란과 불행을 더욱 가중시키는 집단행동 속으로 도피한다. 우리는 곧잘 세계의 개혁에 대한 청사진으로 가슴을 채우면서도 정작 사랑이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에 눈을 돌리는 데는 터무니없이 인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