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727
이 영옥(李永玉)
2018. 7. 5. 09:23
갈망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실체는 없다. 이는 오직 갈망만 있을 뿐 갈망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갈망은 그 관심과 대상에 따라 매번 다른 양태로 나타난다. 이런 다양한 관심과 대상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을 만나면 갈등을 만들어 내고, 기존의 갈망과는 다른 별개의 실체로 확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실체가 기존의 갈망과 다른 특질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곧 갈망과 실체는 동일하다. 우리는 결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느끼는 외로움의 근원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자신과 다른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부질없는 환영과 갈등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다. 우리의 외로움이 바로 자신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려움은 관념 속에 존재하고, 관념은 생각으로서의 기억의 반응이다. 그리고 생각은 곧 경험의 결과물인 까닭에 생각을 통해 외로움과 두려움을 숙고하고 인지할 수는 있어도 직접 알 수는 없다. 우리의 생각을 이어가는 말 또한 기억이다. 그러므로 말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면 경험자와 피경험자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변질된다. 둘 사이의 관계가 말이나 기억을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경험자는 곧 피경험자가 된다. 두려움으로 부터의 자유는 바로 이때에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