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795
친한 사람과 사별을 하게 되면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그 충격으로부터 벗어나면, 이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 든다. 그리고는 이 슬픔과 지나간 시절의 온갖 즐거운 일들마저 한 순간에 사라지면서 이 세상에 혼자 벌거숭이로 남겨진 것 같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애써 기피하는 것, 우리의 마음이 거부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갑자기 어디 의지할 곳도 없이 철저하게 외롭게 홀로 버려지는 것이야 말로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당이나 환생이론 같은 황당한 것들에로 도피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그저 그 쓸쓸함이나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온 몸으로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당면한 슬픔과 외로움 안으로 걸어들어 가면 그 지독한 슬픔과 외로움도 결국은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념과 동일시하거나, 어떤 관념에 의탁하거나, 어떤 것으로의 도피를 통해 피상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끝내버리는 것이다. 슬픔과 외로움이 끝나고 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은 자신이 보호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완전하게 비워진다. 더 이상 외로움과 슬픔을 채우기 위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슬픔과 외로움이 이렇게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다른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도 끝도 없는 여행, 거기에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이 있다. 그러나 슬픔과 외로움을 완전하게 씻어버리지 못하면 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