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799

이 영옥(李永玉) 2018. 10. 25. 07:43




  우리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없으면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의 공간은 심리적인 공간이다. 어떤 대상과 접촉할 때, 관찰자와 피 관찰자 사이에 아무런 간격이 없을 때만 우리는 그 대상과 완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찰자와 피 관찰자 사이의 간격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나면 그 빈자리에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 속에는 어떤 갈등도 없다. 오직 자유가 있을 뿐이다. 자유는 반응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자유롭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라고 의식하는 한 우리는 관찰자와 피 관찰자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만들어내고 이 간격 속에서 온갖 갈등을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지적인 일치나 불일치, 혹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절대부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실체와 직접 접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모든 행위와 행위의 순간들 속에 관찰자와 피 관찰자가 함께 존재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간격 속에서 모든 기쁨과 고통, 아픔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간격 속에서는 어떤 것과도 직접 접촉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한다. 관찰자가 피 관찰자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을 때의 접촉과 관계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둘이 하나가 될 때 반드시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 속에 비로소 자유가 있다. 관찰자와 피 관찰자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