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802

이 영옥(李永玉) 2018. 10. 31. 08:38




  지식을 추구하는 일에 열중하는 사이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이 점차 무디어지는 것이다. 전문성을 높이는 대신 당연하게도 완전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지식으로 지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설명과 아무리 많은 사실을 동원해도 지식은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물론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에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지식을 쌓느라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질식시켜 버리면, 고통의 원인을 교묘히 외면해 버리면 우리의 삶은 더없이 공허하고 무의미해진다. 사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지혜는 무한해서 모든 지식과 행위, 방식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잘것없는 지식의 잔가지를 붙들고 그것이 나무 전체라고 우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부분적인 지식으로는 결코 전체가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지식은 결코 우리를 전체로 인도하지 못한다. 지식 자체가 하나의 파편이나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을 감정과 분리시키고, 감정을 희생시키면서 그 대신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한쪽 다리가 다른 두 다리보다 길어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기우뚱거리는 삼족오三足烏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생애의 대부분에 걸쳐 지적인 존재가 되도록 훈련받아 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교육의 이름을 빌려 우리의 지적능력을 고양시킴으로서 날카롭고 교활하며 탐욕에 사로잡힌 존재로 만든 것이다. 그런 과정과 결론의 도출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지적능력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성이다. 이성과 사랑을 통합한 것이 바로 지성이기 때문이다. 지성은 자기인식이 확연할 때만 얻을 수 있다. 자기 안의 지성이 현실적으로 발현되는 총체적 작용 과정을 깊이 이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