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긴 여름
이 영옥(李永玉)
2010. 4. 10. 09:27
<긴 여름>
아주 오래
너는 내 곁에 없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변하는 것이 어찌 계절뿐이랴
길고 긴 이 여름
불볕같은 더위도
반드시 가을을 맞는다.
누구나 슬픔 속으로
빠져들기는 쉽지만
어둡고 깊은 슬픔 속에서
작은 기쁨 하나 찾아 지키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네가 떠난 뒤에도
우리는 영 너를 잊지 못했다
잊을 수가 없었다.
변하고 잊는 것이
사람이고 인정이라지만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어찌 없겠느냐
사람이 사람이려면
늘 사람다워야 하거늘
사람노릇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냥 사람인 양 한다고
누가 번연히 속아 준다더냐
아무리 생떼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시절이며 사람의 마음인 것을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는
항용 그대로인 것이
바로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부디 오래 떠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