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 이
이 영옥(李永玉)
2010. 6. 27. 12:27
나 이
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얼굴에 무엇을
끊임없이 찍어바른다는 것이다.
사랑과 미움
온갖 아픔과 절망까지도
한데 모아
헐떡이며 뒤척이며
자꾸만 뒤돌아보는
천하디 천한 아쉬움일 게다.
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켜켜로 쌓인 외로움이
늘어난 뱃살이나
거슬대는 얼굴처럼 익숙해져서
다시는 더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외롭기는 커녕
짤랑거리는 맑은 웃음들로
온세상이 넘쳐난다고 믿는
슬프고도 허망한
꿈일게다.
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
애송이나 바치면서도
아주 오래도록
지금껏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치고
세월을 치고
미운놈 머리통도 어루만지면서
내가 여직 살아 숨을 고르는 것은
잊을래도 버릴래도
영 어쩌지 못하는
살가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게다.
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골 한 골 패이는 주름마다
지난 세월의 흔적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이다.
언제 돌아보아도
낯붉힐 잘못들은 물론
다시 더 버릴 것 없는지
곰곰 되짚고 헤아리며
이렇게 시간을 세월을
낯익은 얼굴들을 하나씩
아주 천천히 지워가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