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이 영옥(李永玉) 2010. 7. 14. 22:41

     비 둘 기

 

평화동 99번지에는

비둘기가 산다.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하루 세 번 어김없이

창밖 담 위에 내려앉아

무슨 대단한 소식이라도 전하는 양

나래 짓에 고개 짓에

구구대며

외발서기도 마다 않고

문안을 한다.

 

하양 잿빛 청회색

그냥 비둘기색인 녀석까지

시침 뚝 따고

어딜 나다니느라

무슨 볼일이 그리 많은지

똑 하루 세 번만

창 밖을 난다.

 

유영하듯 긴 弧를 그리며 감아 도는

나래 끝으로

담 밖에 두고 온 것들

그 절절함까지

모두 얽어 끌어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듣고 싶은 세상 밖

살아가는 이야기들

 

오가며 전하는 소식이

이곳만 유독 늦어

밤새 귓 속 후비고

등 가슴 옆구리 긁어 보지만

내내 풀리지 않는 궁금증

 

알아두고 간직했다 전해 줄

이야기가 있는

평화동 99번지에는

여직 비둘기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