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봉평 메밀꽃
이 영옥(李永玉)
2010. 9. 3. 10:00
봉평 메밀꽃
봉평 메밀은
꽃이 지지 않는다.
밤새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달빛 별빛 햇빛까지 모두 얼싸안고서
절대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봉평엔
해를 더할수록 하얗게 무리지은
메밀꽃 무더기가 늘어가고
산비탈이나 자락은 물론
북사면 가장 깊은 골짜기까지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보름을 갓 지난 부드러운 달빛이나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와
푸르게 젖은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없어도
한밤의 메밀꽃밭은
탱글탱글 살아난다.
달디 단 밤공기를 가르며
암청의 장막 위로 선연히 피어나는
서럽도록 하얀 꽃밭
그래서 봉평의 밤은 특히
낮보다 아름답다.
눈보다 흰 메밀꽃이
더욱 아름답다.
※「」안의 구절은 詩보다 더 아름다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본문 일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