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의 길목에서 -고통과 열망의 차이
- 혼자 있는 것이 곧 고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것은 분명 모든 사회, 지금 이 사회뿐만 아니라 야만성과 권력을 조직화한 모든 사회 형태와 조직에 대항하는 특별한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것은 모든 힘의 영향을 여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에도 귀속되지 않는 굴강한 정신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쉬워보여도 혼자 있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에는 겸양이 있다. 사랑을 아는 일은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혼자서만 가능하다. 아주 고매한 인품의 사람이든, 비열한 성품의 사람이든 자신만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본질을 알 수 없다. 이 모두를 이해할 때 비로소 완전한 삶, 완전한 행위를 품을 자질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자질은 철저한 자기인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흔히 그 고통의 근인을 외면한다. 그리고 다른 일에 집착한다. 그 집착이 또 다른 욕망을 부추겨 애써 회피한 지금의 고통에 못지않은 새로운 고통과 슬픔을 불러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광분한다. 그러므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회피나 초연함은 집착과 같다. 욕망은 당연히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갈망을 낳는다. 욕망과 달리 갈망은 바닥이 없는 웅덩이와 같다. 갈망은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또 다른 갈망을 낳고 모든 것을 삼켜 재로 만든다. 영원히 타오르고 집어삼키고자한다. 곧 갈망에는 끝이 없다. 집착과 회피는 똑같이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다.
- 특별한 의도가 없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는 흔히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그 열망에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의도가 개입되면 우리는 당연히 그만큼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은 곧 새로운 슬픔의 시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일에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집착한다. 그리고는 그 집착의 대상이 사라지거나 그 의미를 잃어버리면 이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무언가에 매달리고 그것을 새로운 열망의 대상으로 삼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변함없는 우리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