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둥지 위에서

이 영옥(李永玉) 2010. 9. 13. 10:24

 

     <짚 둥지 위에서>

 

깡마른 가슴을

욱신욱신 조여 대는 꿈

풀기 없는 몸이

오늘 또 교합한다.

 

자고 나면 꼭 같은 풍경

내 키 두어 치나 모자란 방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자다 자다 깨어보면

나보다 더 피곤한 아내

가위눌린 손등을

두근대며 지나는 핏줄

 

갈 수 있다면

내 일곱 살 적 젖니 얹힌

억새지붕 그 밑으로

갈 수만 있다면

보고 웃는 아이놈 한둘 쯤

업고라도 가겠다.

 

헤프게 깨는 잠 속에서

내일은 또 무슨 일

오만가지 계고장이 날리고

밤새 찔벅이는 근심이며 걱정거리

숨이 막혀도

자꾸만 손을 잡는다.

 

교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