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나라가 나라다워야만 하는 몇 가지 이유 26

이 영옥(李永玉) 2021. 5. 4. 09:53

  모든 개혁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개혁이란 본시 소수가 다수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인 까닭에 언젠가는 그 동력을 모두 소진하게 되고, 그 순간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혁명은 힘없고 잔약한 다수의 민중이 물리적인 힘과 폭력까지 동원해서 기존의 가치와 억압구조를 일시에 타파하고 그 사회가 원래 지니고 있던 잠재적인 역량을 일깨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혁명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어느 쪽이나 절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혁신은 그 방식과 상관없이, 과거나 현재, 미래를 불문하고 늘 현재진행형이다. 미래는 실상 오래된 과거다. 이는 사상의 시간적 존재형식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사상은 시간적 존재형식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 존재형식이기도 하다. 현실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거나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흘러가고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 같이 그 자리에서 함께 피고 지는 꽃일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맞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나간 날이나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고 진정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은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을 꿰뚫는 일관된 흐름이며 시대정신이다. 결국 변화와 혁신은 특정한 시대나 사회 구성원들의 바램과 요구를 일반화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이며 구체적인 실천방법이다. 그에 관한 논의는 어느 개인의 몫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모두를 아우르는 전체 구성원들 공통의 책무이고 동시대인으로서의 소명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의 구축과 건설이 고대로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가치와 열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자기 삶의 가치와 열망을 잃지만 않는다면 거지의 삶도 존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