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금 섬 증도
이 영옥(李永玉)
2010. 11. 13. 23:34
산에만 끝자락이 있는 건 아니다
계절이 지나는 어림도
끝자락이다.
이 여름의 끝 어디선가
지글지글 성글어 가는 바다
아득하게 먼 곳
인도양이나 태평양
그보다 더 먼 심해로부터 묻어와
하얗게 꽃을 피우는
소금
햇살 들끓는
가늘고 예쁜 장뚱어 다리 밑
긴소매 넓은 챙으로
하늘을 가린 채
소금 눈 내리는 검은 뻘밭을
하염없이 떠도는 염부
삭은 물자새 곁
퉁퉁마디 춤추는
갯바닥엔 하염없이
흰 눈이 쌓인다.
촤악- 촤악-
쉼없는 고무래질 따라 떠밀리듯
노닐듯 쌓여가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소금 무더기
꼬리 문 외발수레가
꿈결인 양 들고 나면
소금산은 자꾸 몸피를 키운다.
하루 한 바닥 힘겨운 대패질로
겨우 밀어 올리는 소금물
소금알 하나마다
여름 내 솟은 땀방울이
넘실대고
먼 나라 남의 땅 낯선 소식에
가슴 쓸며
맛이나 염도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는데도
그래도 미치지 못한다면
필시 정성이 모자란 게지
한 해 꼬박 간수를 찌우고
그래도 남는 쓴맛일랑
가슴에 묻자.
소금 섬 증도에는
정말 소금만 있는 게 아니다
한여름의 기억이나 짠맛 말고도
낡고 헤어져 볼품없는
우리네 살림살이
천형처럼 이어온
가난이
소금 알갱이마다
또렷또렷 맺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