殘 雪

이 영옥(李永玉) 2011. 1. 21. 04:28

다시 덮을 무엇이 남아

눈은 저렇게 내리는가

내려서 쌓이는가?

 

시린 마음 어느 한구석

가닿지도 못한 채

가장 깊은 어둠까지 삼키면서

눈은 내린다.

 

무심하게 내려 쌓이는

저 맑고 흰

눈을 보면서

우리는 또 무엇을 생각하고

기다리는가.

 

이제 그만 사랑할 것

끝까지 사랑하며

절대 물리거나

싫증내지 말것

 

빛깔 고운 눈물로 뭉쳐서

온갖 미운 이까지도

물가를 기어오르는 물살인 양 쓸어안으며

순하디 순한 마음으로 남아

 

그렇게 둘러앉아

꼭 같은 이야기

묵은 눈의 흔적인 듯

정다운 그림자로

살아남아

 

동서남북

왼 하늘을 헤집고 다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