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 눈에 드는 달
이 영옥(李永玉)
2011. 2. 17. 02:54
부엉. 부우엉
지랄맞게 달은 밝은데
잊지도 않고 찾아드는 명절
이제 곧 운동회가 열릴 테고
신발이 맞아야 연필이라도 타지
그래도 아직 먼 가을
감 장사 떠난 셋째는
코끝도 볼 수 없고
무슨 일이 안 되는지
먹물 먹은 둘째 역시
소식이 없다.
서리 돋는 이 가을
알 수 없는 것이 어찌 세상 뜬소문 뿐이랴
산 너머 대처에선 날마다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 겐지
벌어져서 에먼 사람이라도 잡는 것인지
한 번 떠나가선 아주 볼 수 없는
이웃집 큰아들
빈 외양간엔 국화잎 홀로 싱그럽고
부엉. 부우엉
밤부엉이 울음만 끝 없는데
눈 시리게 밝은 달빛을 끌며
빌어먹을 가을이
저만치서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