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12

이 영옥(李永玉) 2021. 12. 2. 11:11

    齊物論 20

 

선결?觖이 왕예王倪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사물이 가리키는 바를 모두 아십니까?”

“내가 그것을 어찌 알겠느냐?”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알지 못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그러나 거기에 대해 시험 삼아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내가 말하는 안다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느냐? 내가 말하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 겠느냐? 그러니 내 너에게 물어보자. 사람이 습지에서 자면 허리에 병 이 나고 반신불수가 되는데 미꾸라지도 그러한가? 나무 위에 있으면 사 람은 두려워서 덜덜 떠는데 원숭이도 그러한가? 이들 셋 중에 누가 올 바른 거처를 알고 있겠느냐? 사람들은 소, 돼지 같은 가축을 먹고, 사 슴은 풀을 먹으며, 지네는 뱀을 즐겨 먹고, 올빼미와 까마귀는 쥐를 즐 겨 먹는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누가 올바른 맛을 알고 있겠느냐? 원숭 이는 편저猵狙를 짝으로 삼고, 순록은 사슴과 교배하며 미꾸라지는 물 고기와 논다. 모장毛嬙과 여희麗姬는 사람들이 미인이라 하지만, 물고 기는 그를 보면 물 속 깊이 숨고, 새는 그를 보면 높이 날아가고, 순록 은 그를 보면 놀라 달아난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누가 천하의 올바른 아름다움을 알고 있겠느냐? 내가 보기에는 인의仁義의 기준이나 시비 是非의 방향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내가 어찌 그것을 분별할 수 있 겠느냐?”

 

※ 만물제동의 입장을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모장과 여희의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대화중에는 인간에게서만 아름다움이 나타나며, 인간 이외의 동물에 대해서는 미추美醜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비선악是非善惡의 가치도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 이 모두가 상대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인간이라고 하는 한정된 입장을 떠난다면 이들 가치에 대한 구별은 소멸되고, 거기에는 美醜도 善惡도 없는 절대적 세계가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만물제동의 경지임을 莊子는 강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