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60
이 영옥(李永玉)
2022. 2. 18. 10:08
大宗師 5
옛 진인眞人은 높이 솟아 있어도 그 모습이 무너지지 않고, 무엇이 모자라도 남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홀로 한가하게 있어도 완고하지 않고, 휑하게 비어있어도 겉치레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화락和樂하고 기뻐한다. 아무리 급하게 휘몰려도 변함이 없다. 얼굴빛은 윤기를 더하고 모든 德이 그의 德에 머문다. 그 속은 넓으면서 크고, 매사에 초연해 얽매이지 않는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기를 즐기면서도 멍하니 그 사실을 잊고 있다.
형벌을 몸으로 삼고, 예의를 날개로 삼으며, 지혜를 때를 아는 방편으로 여기고, 덕성을 자연을 따르는 것으로 여긴다. 형벌을 몸으로 삼는다 함은 여유 있게 죄인을 죽이는 것이다. 예의로 날개를 삼는다 함은 세상에 널리 시행하기 위해서다. 지혜를 때를 아는 방편으로 여기는 것은 부득이한 일을 할 때를 위해서다. 덕성을 자연에 따르는 것은 발 있는 자와 함께 언덕에 이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세상 사람들은 진인이 세상일에 열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도 한가지이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가지이다. 그들에게는 한가지인 것도 한가지고, 한 가지가 아닌 것도 한가지다. 그처럼 한가지라는 것은 하늘과 한 무리가 되는 것이고, 한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사람과 한 무리가 되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은 서로 다툴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을 眞人이라 한다.
※ 이 章에서는 眞人이 나라를 다스릴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는 莊子 본인의 사상이 아닌 것 같다. 逍遙遊, 齊物論 등에서 나타나는 정치에 대한 그의 무관심과는 너무 상이한 까닭이다. 후인의 첨언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