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78

이 영옥(李永玉) 2022. 3. 18. 08:53

   應帝王 4

 

 양자거陽子居가 노담老聃을 만나 말했다.

 “여기 한 사람이 있는데 동작이 빠르고 강건하며, 생각이 트이고 사물의 도리에 밝으며, 도를 배우는 일에 게으르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밝은 임금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혜만 앞서고 재주에 얽매어 있어 몸을 고달프게 하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자이다. 이를테면 호랑이나 표범의 무늬는 사냥을 초래하게 되고, 원숭이의 민첩함과 살쾡이를 잡는 개는 노끈에 매이게 된다. 이와 같은 자를 밝은 임금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양자거가 삼가 공손하게 물었다.

 “감히 밝은 임금의 다스림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그 공적이 천하를 뒤덮을 만하여도 자기로 인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하고, 교화가 만물에 베풀어져도 백성들은 의지하지 않는다. 선정이 베풀어지고 있으되 특별히 내세우지 않으니 만물로 하여금 스스로 기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서서 일체의 구애가 없는 세계에서 노니는 것이다.”

 

 ※ 이 章에서는 聖王이 다스리는 이상적인 정치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老子의 무위이불위無爲而無不爲의 세계다. ‘공연히 智力을 행사해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다가는 오히려 禍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호랑이와 표범의 예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