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80

이 영옥(李永玉) 2022. 3. 23. 10:29

   應帝王 6

 

 이튿날 열자列子는 무당 계함季咸을 데리고 와서 호자를 만났다. 점을 치고 나서 밖으로 나온 무당이 열자에게 말했다.

 “아아, 당신의 선생은 죽을 것입니다. 앞으로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나는 괴이한 것을 보았습니다. 젖은 재灰의 상相을 보았거든요.”

열자는 들어가 옷깃이 눈물에 젖도록 울며 호자에게 그 말을 전했다.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난 그에게 지문地文의 상相을 보여 주었다. 산같이 육중하여 움직이지도 않고 멈추어 있지도 않는 것이다. 그는 아마 나의 德을 막는 조짐社德機을 보았을 것이다. 시험 삼아 다시 데려와 보아라.”

 다음날 다시 계함과 함께 호자를 뵈었다. 밖으로 나온 계함이 말했다.

 “다행입니다. 당신 선생님이 나를 만나서 병이 나았습니다. 완전히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생명의 싹을 보았습니다.”

 열자가 들어와 호자에게 그 말을 전하자 호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난 그에게 쳔양天壤의 상相을 보여주었다. 이름도 실체도 끼어들지 못하며, 생명의 조짐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아마 나의 생명의 조짐善者機을 보았을 것이다. 시험 삼아 다시 데려와 보아라.”

 다음날 다시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밖으로 나오자 계함이 열자에게 말했다.

 “당신 선생은 상相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상을 보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상이 일정해지면 다시 보아드리겠습니다.”

 열자가 들어가 호자에게 그 말을 전했다. 호자가 말했다.

 “나는 아까 태충막승太沖莫勝의 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마 나의 조화된 기氣의 조짐衛氣機을 보았을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물이 모여 못沼이 되며, 정지한 물이 모여 못이 되고, 흐르는 물도 모여 못이 된다. 못에는 아홉 가지가 있는데 이것은 그중 세 가지일 뿐이다. 시험 삼아 그를 다시 데려와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