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81

이 영옥(李永玉) 2022. 3. 25. 09:20

應帝王 7

 

 다음날 열자列字가 다시 계함季咸을 데리고 호자壺子를 찾았다. 그러나 계함은 호자 앞에 서기도 전에 넋을 잃고 도망쳤다. 호자가 “쫓아라.” 하고 소리쳐 열자가 쫓아갔으나 잡지 못하고 돌아와 고했다.

 “벌써 사라졌습니다.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나는 내 본질 그대로의 상相을 보여주었다. 나는 스스로를 허심虛心하게 해 그것에 순종하도록 했으므로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고, 파도치는 대로 흐른다 생각한 까닭에 도망친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열자는 스스로 학문이 아직 시작도 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 3년 동안 문밖출입을 하지 않고,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를 기르되 사람 먹이듯 하며, 세상일에 친소親疏가 없었다. 모든 허식을 버리고 소박하게 무심히 홀로 있으면서 어떤 일에도 간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와 같이 하며 일생을 마쳤다.

 

 ※ 莊子는 운명에 대해 순응할 것을 강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미리 안다고 하는 무술巫術이나 역점易占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생사화복生死禍福을 占치는 것은 그것에 매어있기 때문이므로, 그것을 초월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