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1483

이 영옥(李永玉) 2022. 3. 30. 09:26

   應帝王 9

 

 남해의 제왕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제왕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제왕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다. 혼돈이 이들을 잘 대접하니 숙과 홀이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방법을 논의 했다.

 “사람들은 누구니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그것으로 보고 듣고 숨쉬는데, 이 혼돈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험삼아 혼돈에게도 구멍을 뚫어주자.”

 그래서 숙과 홀은 혼돈의 몸에 하루에 구멍 하나씩을 뚫었는데, 칠일 만에 혼돈은 죽고 말았다.

 

 ※ 여기서 말하는 혼돈이란 곧 자연을 상징한다. 인간은 자연을 무질서한 것으로 생각해 자기 좋은 대로 개조하려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자연은 그 생명력을 잃게 되는데 인간의 비극도 그것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자연에 가해지는 어떤 작위적인 것도 자연을 해친다. 그것은 바로 인위이지 자연이 아닌 까닭이다. “혼돈이 칠규로 죽었다.”고 하는 이 우화는 莊子의 우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