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쌀 밥
이 영옥(李永玉)
2012. 5. 12. 10:28
나무등걸 보다 거친
농부의 손등에 한 포기씩 쌓여 자란
저것을 우리는 쌀이라 부른다.
오뉴월 모를 내고
한 여름을 헤집던 논배미
발뒤꿈치 씻는 백종 맞아
겨우 한숨 돌릴라치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길고도 험한 장마
굽은 허리 채 펴기도 전에
미쳐 날뛰는 바람 턱
피벌건 몸뚱아리
온몸으로 건져 올린 저것
무두가 쭉정이나 싸래기련만 했더니
어찌어찌 가을걷이 하고 보니
그래도 마지기당 두섬이 가깝더라.
三代가 함께 모여
갓찧은 햅쌀로 밥지으니
찰지고 기름진 쌀밥이
상마다 가득하고 눈물도 그득하더라.
보고 또 봐도 대견한 쌀
이보다 고맙고 생광스러우리
사람이 사람끼리
모여 살며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모두 아끼고 사랑하며
쌀 내고 밥짓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살림살이
사람사는 그 본디 모양인 것을
이제 곧 다시 봄이올 테고
역시 옹골진 사람살이의 밭이랑을 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