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生의 길목에서 - 진리는 절대 추상적이지 않다
이 영옥(李永玉)
2012. 5. 17. 23:05
- 마음이 아주 고요할 때,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들로 인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순간적인 깨달음과 놀랍도록 빠른 통찰력을 지니게 된다. 진리를 접하려면 우선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의 평정과 고요는 의도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고요한 마음을 닦는다면 그 마음은 이미 고요한 마음이 아니라 바로 죽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을 때, 그것을 이해하려는 의도가 강할수록 마음은 더 단순하고 투명하며 자유로워진다.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무엇을 장황하게 표현하는 일도 그만두게 된다. 생각은 곧 말이며 바로 이 말이 우리의 인식을 방해한다. 말의 장막인 기억이 도전과 반응 사이에 끼어들어 그 간극을 더욱 넓힌다. 이처럼 말로 도전에 반응하는 것을 우리는 지적인 작용이라고 부른다. 무엇을 말로 장황하게 표현하는 한 추상적인 진리가 아니라 구체적 관계 속에서의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본시 추상적인 진리는 없다. 진리는 늘 너무 빠르고 너무 흐릿하게 다가오므로 우리의 마음은 진리를 영접하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일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마치 밤손님처럼 은밀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진리다. 진리를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노력은 어쩌면 탐욕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말의 그물에 결려 있는 마음으로는 절대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