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生의 길목에서 - 아무리 깊은 슬픔에도 끝은 있다

이 영옥(李永玉) 2012. 6. 4. 08:19

 

 - 길을 걷다 보면 푸르른 들판과 탁 트인 하늘의 놀라운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슬픔은 여전하다. 이이를 낳는 여인의 고통, 고대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 슬픔, 자신은 물론 주변과 이웃들이 감내해야하는 현실의 무게, 그러나 볼품없는 우리의 삶에도 웃음은 있다. 웃음은 아름답다. 아무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나올 때, 가슴 속에서 기쁨이 솟구칠 때,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누구든 사랑할 때, 이 모든 순간은 아름답다. 그래도 우리의 일상 가운데 이런 웃음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늘 슬픔에 짓눌려 있고, 그래서 우리의 삶은 항시 불행과 투쟁, 끊임없는 해체의 과정에 있다. 우리는 이런 삶의 무게를 해결할 방법과 수단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기 앞의 슬픔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그 대신 허구와 이미지, 공상을 통해 당면한 슬픔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자기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슬픔의 파도를 타넘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어떤 슬픔에도 끝은 있다. 그러나 어떤 수단, 어떤 방법도 우리의 슬픔을 소멸시키지는 못한다. 슬픔은 오직 그것을 실제로 인식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