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生의 길목에서 - 관찰자와 피관찰자는 사실 하나다
이 영옥(李永玉)
2012. 6. 9. 09:48
- 우리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없으면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의 공간은 심리적인 공간이다. 어떤 대상과 접촉할 때,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에 아무런 간격이 없을 때만 우리는 그 대상과 완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의 간격이 완벽하게 사라지면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 속에는 어떤 갈등도 없다. 오직 자유가 있을 뿐이다. 자유는 반응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자유롭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라고 의식하는 한 우리는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만들어내고 이 간격 속에서 온갖 갈등을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지적인 일치나 불일치, 혹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절대부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실체와 직접 접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모든 행위와 행위의 순간들 속에 관찰자와 피관찰자가 함께 존재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간격 속에서 모든 기쁨과 고통, 아픔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간격 속에서는 어떤 것과도 직접 접촉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한다. 관찰자가 피관찰자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을 때의 접촉과 관계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둘이 하나가 될 때 반드시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 속에 비로소 자유가 있다. 관찰자외 피관찰자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