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4
세일아! 오늘이 엄마 생일이지? 네가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려라. 그래도 네가 곁에 있으니 엄마가 든든하겠지? 생각하면 아빠는 굳이 오늘 같은 날뿐 아니라 평시에도 아주 오래도록 내내 엄마에게 미안해하고 낯붉히며 뒷머리를 긁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모자라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빠는 참으로 오랜 세월 엄마에게 부족한 남편, 고뇌와 슬픔의 근원이었다. 결혼이라는 굴레와 남편의 이름으로 늘 엄마를 힘들게 했다.
사람은 결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자신보다 더 귀한 것에 복속시킨다. 참된 결혼은 이런 관계 속에서만 지속될 수 있는 것인데도 아빠는 오래도록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결혼은 내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맺은 엄중한 약속이고, 그 약속의 상대는 말 그대로 자신이 잃어버린 반쪽이고, 서로가 잃어버린 두 개의 반쪽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것으로서, 자신의 삶이 지속되는 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약속이며 그 약속 안에 '내'가 있고 또한 '그'가 있어서 '우리'가 있다는 아주 자명하고 평범한 사실마저 아빠는 잊고 있었다. 말하자면 아빠는 언제나 문제적 남편이고 가장이었던 셈이지. 그러니 엄마의 지난날이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하며 고달팠을까? 이제 와서 아빠가 무슨 말, 무슨 짓을 한들 엄마의 지난날들을 즐겁고 유쾌한 기억들로 뒤바꿀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아빠는 엄마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구나.
"내가 당신에게 아주 작은 헌신이라도 한다면 그것은 아내인 당신에게 헌신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와 당신이 이루고 있는 부부라는 이름의 관계에 헌신하는 것이라오. 그렇게 당신과 나는 '우리'를 사랑하게 되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간직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이 말이 엄마에게 조그만 위안이라도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엄마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다오.
세일아!
엄마의 생일이 쓸쓸하고 허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네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잘 지내거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