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9

이 영옥(李永玉) 2012. 6. 28. 07:48

 세일아!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방기하고 자기가 속한 사회를 섬기기 위해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삶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 네가 마친 군대생활 같은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군복을 입고 있던 시절의 너는 너 개인으로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 개인보다 훨씬 상위의 존재인 어떤 무리, 너 자신이 섬기기로 한 조직의 대리인으로 행동한 것이지.

 

 젊은이들에겐 대개 자신이 지향하는 것을 변함없이 가리키는 붙박이별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붙박이별의 영원성은 언제나 큰 위안이 되어주고 삶의 지평을 열어주기도 한다. 또한 그 순간 네가 살고 있는 삶의 구조에 어울리는 원형 같은 것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원형은 네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형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우리 주변에는 10년 전에 온당했던 것이 지금은 온당하지 못한 것이 되고 만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과거에는 미덕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악덕이 되어 있고, 과거에는 우리가 악덕이라고 매도하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필요악이 되어 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도덕적인 질서는 지금 바로 이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적인 삶의 도덕적 필요성과 일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너와 네 이웃이 함께 속해 있는 사회와 상충되지 않는 조화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세일아! 너는 아빠처럼 자신이 귀속되어 있는 존재와 자주 충돌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 혼자 일어나 너만이 아는 너만의 방언으로 소리치지 말거라.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슬프기까지 하니까…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