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11
세일아! 벌써 3월이다. 아빠가 집을 떠나 온지 여섯 달째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 하는데 어느새 그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온통 울울하고 답답해하며 못내 아쉬워하고 원망하면서 보낸 시간들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인데… 네게 말했듯이 天福을 누릴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평안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제라도 그런 생각과 작정을 하게 되었으니 다행이 아니겠느냐.
글을 쓰고… 명상하고… 아빠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니? 그것밖에 할 일이 없는 까닭이라고 생각하면 분하고 우울해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겠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서 천행이라고 생각하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훨씬 마음 편하고 지내기 수월하지 않겠느냐. 마음먹기에 따라서 자기 있는 곳이 천국도 지옥도 될 수 있다는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을 모아보니 萬像과 萬有가 기실 하나라는데 이르는구나.
모든 것은 하나가 둘이 되는 것이고 둘이 있을 경우 이들이 서로 관계 지워지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유형뿐이다. 첫째는 이것이 저것을 지배하는 방법. 둘째는 저것이 이것을 지배하는 방법. 셋째는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인데, 이 셋으로부터 이 세상 모든 萬像과 萬有의 상호 관계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老子의 도덕경에도 이 같은 말이 나온다. "지극히 초월적인 것으로부터 하나가 나오고 이 하나에서 둘이 나오고, 둘에서 셋이 나오고, 그 셋에서 우주 만물이 비롯되니 이것이 곧 道다."
세일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민주주의도 그렇다.
어느 곳에 있는 어떤 사람이든지 그 마음이 진리를 떠나 있지 않다면 언제나 누구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진리를 떠나있지 않은 사람은 마음을 가다듬기만 하면 어떤 위협이 있다 해도 언제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리와 진실이 병존하고 일치하는 곳, 바로 그 곳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며 도달하려는 세상이 아니겠느냐?
세일아! 네가 살고 있는 곳, 살아가야 할 곳이 모두 네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라. 그리고 절대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