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17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의善意란 사람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길로 인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란 어쩌면 죽이고 먹음을 통해서 살아지는 무서운 신비의 덩어리다. 그 같은 고통도 없이 자기 앞의 생生을 살겠다고 하는 것은, ‘인생은 원래 이런 것이 아니라 찬란한 무지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유치한 발상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것이 원래 말썽이 아닌가?"라고 되물을 수 있는 여유와 배짱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일아. 너는 어떤 경우에도 네가 만나는 누구에게나 아주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은 이대로도 굉장해요. 당신의 인생은 굉장하지 않은가보군요?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자기 인생을 개선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 인생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받아들이던지 떠나든지 하세요. 바로잡는다거나 개선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는 아주 쉽게 사악하고 나쁜 일에 동참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우리가 잘한다고 하는 일조차 다른 사람에게는 반드시 사악한 일이 되기도 한다. 생각하면 善惡이란 우리의 입장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 의미다. 어느 한 쪽에서는 선한 것이 그 반대쪽에서는 악한 것일 수 있다. 인생이 본시 참혹한 것임을 알면 물러서지 않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은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 그 참혹함이야말로 무섭고 놀라운 우리 삶의 신비의 바탕이며 근원이라는 사실만은…
상실감과 슬픔으로부터 비롯되는 세속성이 배제된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앞의 生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것을 긍정하고 이대로도 훌륭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삶에 필요한 행위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혼자서든 무리지어서든 거침없이 행한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용감하고 아름답게 자기 삶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일아! 네가 스스로 참여해서 행하는 삶의 방식과 행위는 그것이 무엇이든 아름답고 온당하단다. 건강하렴!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