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43
우리가 만나는 모든 상징과 은유, 심지어 신앙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갖는 의미와 이미지는 우리 의식의 결정 혹은 우리 정신의 가지에 열리는 경험의 열매다. 이 같은 이미지는 우리 존재의 바탕이 자리한 신비나 명상과 비슷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매순간 순간마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생명의 근원은 바로 어머니나 아버지다. 아버지는 우리의 개성이나 운명과 관계된다. 개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고 몸과 마음은 어머니에게서 받는다. 어머니는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지大地가 식물을 낳듯 어머니도 자식을 낳는다. 대지가 식물을 기르듯 어머니도 아이를 기른다. 어머니와 대지는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기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어머니인 여성 너머에는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것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떤 것이 있다. 그러나 '만물'은 그 안에 있다. 이 같은 의미와 물성物性을 지닌 존재가 바로 '원형질'이다. 원형질은 늘 움직이고 흐른다. 원형질은 언제나 움직이고 흐르면서도 매순간 어떤 형상을 빚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상이라도 빚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원형질이 빚어내는 각각의 형상은 모두 나름의 의도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형상이 모두 각각의 생명이게끔 하는 것은 바로 '사랑'과 '자비'다. 각각의 생명은 본시 각각의 먹거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각의 생명은 각각의 먹거리인 각각의 생명을 먹는 자者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사랑'과 '자비'에 의해 태어나 자라고 존재하면서도 그들은 모두 먹거리이거나 먹는 자者이다.
세일아! 태어난다는 것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삶을 살기 위한 몸짓이나 행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파문과 움직임이 시작되는 몸짓이야말로 우리 생명의 시원始原인지 모른다. 작은 몸짓이나 움직임 하나로부터 바로 우리의 운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비 효과처럼… 깊이 궁구窮究하고 살펴볼 일이다.
엄마나 너 모두 평안했으면 좋겠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