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아야기 - 46

이 영옥(李永玉) 2012. 8. 7. 08:56

 세일아! 우리는 살아가면서 온갖 상처를 입는다. 육신의 상처도 참아내기 힘든 아픔을 동반하지만, 마음의 상처야말로 그 고통과 고뇌의 흔적이 오래도록 남아 사람을 피폐케 한다. 마음의 상처는 대개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생긴 흔적이다. 그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상처를 남긴 사람이나 자기 자신 뿐이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는 한 그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내적 관심이 떠나버린 땅, 곧 피폐하고 메말라서 어떤 생명도 깃들지 못하는 황무지가 된다. 황무지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죽은 삶을 살고 있는 땅, 자기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땅, 남이 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그래서 아무 희망도 꿈도 없는 불모의 땅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는 평생을 하고 싶은 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다. 나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았다."고 중얼거린다. T.S. 엘리엇이 바라본 세상은 바로 그런 세상이었다. 반면에 참다운 삶은 우리 "의식의 가장 고귀한 영적 잠재성이 발현된 삶"이다. 물질과 정신의 조화에서 비롯한 풍요롭고 충만한 삶-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선택한 삶-이다.

 

 우리는 흔히 선과 악, 생과 사, 물질과 정신, 자연과 초자연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참된 삶과 그곳에 깃든 자유로운 정신을 외면해왔다. 사람의 삶을 가장 사람다운 삶답게 하는 것은 바로 자연이지 초자연적인 권위로부터 얻은 율법이나 관습이 아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인간을 통해 모든 것을 만나 융합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의지에 의해서 사는 삶, 자기 충동의 체계 안으로부터 생명력을 전해 받는 삶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세일아! 거듭 말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삶은 항상 밝고 광휘로운 빛을 지향하며,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남의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