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72

이 영옥(李永玉) 2012. 9. 11. 07:22

 세일아! 우리는 가족을 다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다. 가족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과 더 많은 동질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감정적으로도 더욱 잘 감응한다. 사랑을 통해 긴밀하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까닭에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우선하게 된다. 이처럼 돈독한 관계에서는 긍휼한 감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가족의 일원이 겪는 고통이나 슬픔, 분쟁까지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몸은 따로 이나 심정적으로는 하나인 일체감이 바로 가족애의 본질이며 바탕이다.

 

 반면에 연민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현재 자신의 형편에 비추어 보고 그보다 나은 자신의 처지에 안도하는 심경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행을 경계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자신이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들로부터 같은 도움을 받기 위해 미리 들어놓는 보험이나 자기애의 발로가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세속적으로 성공한 자의 겸양은 대개 자신의 오만함이 야기할 타인들의 경멸과 비난, 그로 인해 자신이 치루어야 할 대가에 대한 두려움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남으로부터 칭송을 받는 올바른 언행조차도 기실은 지금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두려움은 언제나 우리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이익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어한다.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인간성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지 모른다.

 

 꽃을 보면 그저 웃고 청명한 날에는 어깨를 펴고 활짝 웃어라. 엄마와 함께…

 

수락산 밑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