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11
정착민족이 생활에 필요한 기구를 점차 정교하게 개량하는 가운데 여러 금속의 제련법을 발견하고 이것을 전래받은 유목민족은 이를 무기 제작에 적용해 청동기와 철제 무기로 무장하면서 그 전투력과 활동영역이 극대화되었다.
인간은 원래 식량자원을 찾아 떠도는 유랑자였지만, 우연히 머물게 된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영농을 위주로 생활하는 정주민이나 가축의 축양에 필요한 목초지를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으로 분화 되었다. 정주민은 토지에서 산출되는 곡식을 주식으로 하고, 유목민은 가축의 고기와 우유를 주식으로 하게 되어 소와 양을 많이 사육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생활양식으로 인해 정주민과 유목민은 자주 충돌하게 되었고, 정주민 측에서는 유목민을 난폭한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유목민은 정주민을 유약한 종족으로 약탈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정주민의 영역 밖에 거주하는 완강하고 호전적인 유목민족과 평야지대에 도시를 건설한 정주민족 사이에 약탈과 침략이 반복되었다. 유목민과의 전쟁 초기에는 정주민의 수가 많아 유목민이 침략해도 약탈이 끝나면 바로 돌아갔으나 이후로 유목민이 부족 간의 통합을 통해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게 되자 정주민의 촌락과 도시를 모조리 정복한 뒤에 도 정복지역에 머물며 직접통치를 시작하니 원래 그곳에 살던 정주민들은 산물을 생산해 조세를 바치는 서민이나 노예가 되고 정복자인 유목민은 왕과 제후와 같은 귀족 지배계급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정복자이던 지배계급은 원주민의 정교한 기술, 고아한 풍속, 습관 등에 심취해 본받게 되니 본래의 굴강한 성정도 사라지고 원주민과 혼혈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까지 변화되어 원주민의 문화에 융화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사이 산간지역에 잔류하였던 유목민은 또다시 이합집산을 통해 강성한 세력을 형성하고 평지에 정착 동화된 세력에 대한 침략을 자행한다. 유목민의 이 같은 정복, 정착, 확산, 문명화 또 다른 정복, 정착, 확산, 문명화가 반복되면서 인류의 문명은 이웃에서 이웃으로 계속 전파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