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17

이 영옥(李永玉) 2013. 1. 3. 00:53

 이후 16세기에 이르러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자 유럽의 학자들도 인도와 중국의 학문과 종교를 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동양의 종교들은 그 교리에 초절적 신神에 대한 명확한 믿음은 없으나 윤리관이나 인생관에 있어서는 기독교에 비해 상대적인 수월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동안 불변의 진리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독교 지상주의에 입각한 종교의 정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동양의 종교와 기독교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 연구한 끝에 서로 다른 두지역의 종교가 지니고 있는 공통분모와 접점을 찾아 종교란 『수도단체』『인격완성』이라는 일차적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이때에 이르러 철학과 종교는 기독교적인 것만 허용되던 그동안의 독단적 사유의 감옥으로부터 해방되어 독자적인 견해와 입장을 견지하며 그에 부합되는 긍지와 권위에 의거 제반 종교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와 비판이 가능해져 『종교적 세계질서의 반영』『종교적 선험성의 충동』『정신생활』『성스러움의 추구』와 같은 새로운 명제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모든 종교는 그 양태와 형질이 다양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내용과 요소를 지닌 채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으로 발현되어 온 까닭에 각각의 특성에 대한 깊은 고려와 모색을 통해서만 그 본질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까지 이루어진 종교에 대한 정의를 개략적으로 정리해보면 『신과 인간의 관계』『절대귀의』란 신神을 공경하는 신앙심을 근거로 세워진 논리이고, 『수도단체』와『인격완성』은 신앙의 수행적 요소를 바탕으로 성립된 논리이며 『경험통일』은 유일신적有一神的 이론에 입각한 논리요 『종교적 세계질서의 반영』은 범인류적인 이상의 반영이고 『종교적 선험성의 충동』은 인간의 심리현상의 투영이며 『성스러움의 추구』란 개인적 이상치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