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19
8. 종교의 기원
예로부터 종교의 기원을 말하는 사람들의 이론과 견해는 그 수와 내용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원시인의 자연에 대한 경이와 공포의 감정이 바로 종교의 시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원시인은 두뇌의 활용도와 개발이 낮아 철학적 사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언어를 구사했던 까닭에 암흑, 우뢰, 폭풍과 같은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와 공포심 뿐 아니라 태양, 달, 별, 기암괴석, 거수고목에 대한 경이로부터 종교가 발생했다는 견해다.
2) 인간의 영혼에 대한 원시인들의 관심과 비원悲願이 바로 종교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시인들은 죽은 자가 꿈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사자死者의 생명이 영혼의 형태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해 영혼의 존재를 믿게 되었고 그 영혼을 기리고 숭배하는 행태로부터 종교가 태동되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3) 원시인들의 장로숭배 사상을 종교의 기원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원시인들은 부족의 장로를 매우 존숭하고 두려워해 그 경외감이 가히 공포의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이 경외와 공포감 속에 성장한 부족의 자녀들에게는 무슨 사안이든 장로와 연관된 경우, 심지어 단순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금제화禁制化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장로들의 손때가 묻은 일상품들마저도 숭앙과 금기의 대상이 되었다. 장로들은 부족 구성원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존재였으며 언제나 부족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므로 생전의 업적이 뛰어난 장로의 경우 그 사후에도 부족민의 기림과 존숭을 받기에 이르니 이가 바로 부족신의 시초로, 세력이 큰 부족의 신神은 이웃한 소부족들의 믿음과 숭배를 아우르게 되었고 이러한 신뢰로부터 종교가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4) 원시 부족사회의 계절집회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수렵을 주요한 식량획득 수단으로 삼던 시절 사냥의 대상인 야생동물의 계절에 따른 이합집산에 의해 사람도 함께 움직여 동물들이 흩어질 때는 사람도 소집단으로 나누어지고 동물이 군집을 이룰 때는 사람들도 한데 모여 대집단을 이루는 일을 반복했다. 이 대집합의 시기를 그들은 교역, 제사, 혼인 등의 기회로 삼았을 뿐 아니라 개별적인 경험이나, 특별한 생각, 지식을 교환하거나 전수하기도 했다. 이 계절집회가 목축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례적인 의식으로 구체화되고 빈번해지는 가운데 점차 성찬, 인신희생 등의 각종 의식이 등장했으며 이것이 바로 종교로 발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