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81
2. 개성적 도덕 個性的道德
봉건시대 말기에 정치적 종교가 타락하고 특권계층이 발호해 사회 모든 부문의 질서가 문란해지고 풍속이 악화되자 민중의 생활은 도탄에 빠져 그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이때 도덕적 종교가 출현해 덕성德性의 함양과 양심良心의 계발을 강조하거나, 절대자인 신神의 뜻임을 빌어 개인의 수행修行을 강요하고, 출가고행出家苦行을 권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에서 신神의 뜻에 부합하는 실천궁행實踐躬行을 강권했다. 도덕적 종교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죄악은 일상에서의 생활 질서나 사회양상과 연관된 대체계大體係로 이 대체계를 인간의 노력으로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개인이 끝없는 수행修行을 통해 스스로의 성정을 선善하게 정화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가르쳤다. 각 개인의 노력으로 선善하게 정화된 개성의 총화를 통해 죄악의 대체계를 해소하고 최고선最高善을 지향한다는 점에도 모든 도덕적 종교들이 동의 했다. 기독교의 십계十戒와 산상교훈山上敎訓을 중심으로 한 모든 가르침과,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중심으로 한 모든 교훈,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비롯한 모든 교훈, 도교의 삼보三寶를 중심으로한 교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개성個性의 선도善導를 위한 정언적명령定言的命令이다. 그러므로 도덕적 종교에 의해 수립되어 수천 년간 발전해온 도덕관념을 개성적 도덕이라 한다.
그러나 개성도덕은 실천단계에서부터 계급 우선주의와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유교의 도덕道德은 애초부터 계급 윤리의 토대 위에 건설되었던 까닭에, 바로 이 지점에서 개성도덕은 심각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반면에 원시불교와 도교는 개인의 은둔 수행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극단적인 염세주의와 개인주의를 제고해 사회생활의 기본원리인 협동정신을 실종시키고, 기독교와 유교는 수행의 목표를 사회 그 내부에 설정함으로써 지나치게 세속화 되었다. 결국 유교와 기독교의 도덕은 지배계급의 특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전용되고, 도교와 원시불교의 도덕은 사회생활로부터 유리遊離되어 오히려 인류의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등 각 종교 창시자들의 숭고한 이상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밖에도 개성도덕은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경제활동을 경멸하고 청빈淸貧한 삶을 예찬하니 사회가 번영할수록 그 기능이 약화되었다. 기독교의 경우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정치적 현실에 깊이 개입하다가 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 하는 수단과 도구로 이용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개성도덕이 스스로 초래한 제반 모순은 종교 창시자들의 이상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유물론자들에게 논리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개성도덕은 도덕道德의 근본과 본질인 협동면協同面과 이상면理想面을 배제한 채 개성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만을 강조한 결과 협동원리라는 도덕道德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다시 말해 개성도덕은 인생의 삼각면三角面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발전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개성個性이라는 어둡고 깊은 감옥으로부터 벗어나 질적 비약을 이루지 않고서는 현대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