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깨알 생각 73

이 영옥(李永玉) 2015. 5. 20. 14:15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곧잘 번잡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해리를 꿈꾼다. 그러나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이룬 그 황홀한 경지는 온갖 번뇌와 고통, 희로애락이 소용돌이치는 우리의 삶 그 안에 있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같은 일탈과 해리는, 어떤 욕망과 공포와 사회적 인연과도 관계가 없는 삶을 살게 될 때, 자기 안의 내적인 평화의 중심을 발견하고 그것을 선택할 때에만 비로소 이룰 수 있다. 그 같은 내적 평화의 중심에서 발생한 자발적인 행위, 그것이 바로 ‘자비를 바탕으로 한 보살의 길’로, 이 세상의 모든 슬픔에 기꺼이 참여하는 삶의 형태다. 이른바 ‘열반’의 경지에 이른 삶이다. 이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어떤 것에 붙잡힌 상태, 곧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평소 우리를 억압하고 속박하는 욕망과 공포, 의무감의 굴레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아집과 편견으로부터의 벗어남, 그것이 바로 참된 깨달음이며 빛이라 할 수 있다. 곧 견성見性이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티베트의 불서佛書 '전륜도'는 짐승의 삶, 사람의 삶, 신들의 삶, 지옥의 삶, 싸움꾼의 삶, 굶주린 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에서 묘사한 각개의 삶에는 특정한 것에 대한 애착과 집착, 기대로 가득한 타인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사랑이야말로 깨달음과 해탈의 참모습이다. 깨달음이란 세상의 모든 ‘만물’을 통해 영원성과 함께 그 찬연함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때의 만물이란 이 세상에 상존하는 모든 것으로 그 본성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으며 그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면 모든 세속적인 욕망이나,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해탈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길…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는 대덕 고승들이 필생의 화두로 삼고 온갖 수행과 고행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