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2. 08:08ㆍ단상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나 이런 저런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슬픔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자기의 슬픔을 분석해서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고통의 이유를 알 수는 있다. 그러나 지식은 슬픔을 소멸시키지 못한다. 슬픔의 소멸은 자기 내면의 심리적 사실들을 직시하고, 매 순간 이 모든 사실들에 함축된 의미를 완전하게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는 곧 자신이 슬픔에 젖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도피해서는 안 되며, 슬픔을 합리화하거나 설명하지 말고 늘 그 사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종의 억지다. 제 안에 지니고 있던 수많은 빛깔들을 매일 아침 새롭게 풀어놓는 산과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저녁 어스름 땅거미가 계곡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연이 그려내는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친숙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름다운 것이나 추한 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무디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용기와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슬픔에 익숙해지면 그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무디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익숙해진 채로 살아간다. 그렇다 해도 슬픔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오히려 슬픔과 더불어 살아가며, 슬픔을 이해하고, 그 슬픔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슬픔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한 행위여서는 안 된다. 대개의 경우 슬픔은 이미 거기 있다. 이것이 사실이며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것은 없다. 그래서 슬픔과 함께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