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1

2012. 6. 19. 01:09편지

 

 아빠가 지금 너와 함께 있다면 무슨 말들을 주고받을까? 밤이 이슥하도록 혹은 아침 일찍 한 집에 있으면서도 불쑥불쑥 마주칠 때마다 다시 웃고, 문득 잊고 있던 지난 일들을 물어보고 키들거리기도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겠지. 아빠는 그것만으로도 네가 몹시 든든하고 대견스러울 게다.

 

 

 지난여름이었던가? 아빠가 말했었지? 아빠는 항상 네게 많이 미안하다고. 생각해보니 네가 정말 아빠를 필요로 할 때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 없었다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구나. 그래서 아빠의 가슴이 이처럼 헛헛하고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지는가 보구나.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말로 너나 엄마에 대한 면구스러움이 가실 리 있겠느냐만, 다른 무슨 말을 한다 한들 너나 엄마의 다친 마음을 위무할 수 있겠느냐. 매 순간 너와 얼굴을 마주하고 어깨도 맞부비며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다만 이제 아빠는 너와는 다른 세상, 서로 바라만 볼 뿐 손도 맞잡을 수 없는, 네가 속한 세상 그 밖의 사람이 되고 말았구나. 네가 어떤 어려움과 위험에 처한다 해도 아빠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너를 바라보고 이곳의 거울에 비치는 네가 속한 세상의 모습과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없구나. 그러나 세일아, 너나 네 주변이 볼 수 없는 네 모습을 바라보는 일조차도 너에게는 또 다른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렇게라도 자신을 위무토록 해라. 너와 엄마의 마음을 슬프게 한 것 말고는 이번 일로 아빠는 특별히 상심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진실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동시대 구성원들의 인증과 동의를 얻을 때만 보편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제서야 비로소 사회적 공인이 이루어지고 주변과 이웃의 인정도 받게 되는 것이지. 우리 주변엔 실체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사회적 판단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것을 억울해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그 같은 몰지각성과 몰염치함을 오히려 비웃어볼 일이다. 세상은 거울 속에서만 뒤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들은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남과 북, 동과 서, 가장 선한 것과 가장 악한 것이 서로 뒤바뀌는 사례는 매우 흔한 일이란다.

 

 

 "세일아! 너는 부디 네가 지닌 자(尺)로 세상을 재지 말거라"

 

 네 주변과 이웃의 눈, 열린 마음으로 세상 앞에 서면 네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이제까지 보다 훨씬 더 넉넉하고 아름다울 게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