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713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기존의 관계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자각에 의해 기존의 관계는 더욱 긴밀하고 의미 있게 변한다. 그에 따라 진정한 애정도 가능해진다. 단순한 감상이나 감각이 아닌 따뜻하고 친밀한 감정을 수반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다가가 관계를 맺으면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도 쉽게 해결된다. 우리는 흔히 자기의 소유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잘못을 범한다. 이는 돈을 지닌 사람이 곧 돈이 되는 것과 같다. 자신을 재물과 동일시하는 사람은 곧 재물이 되고, 집이나 가구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사람 역시 집과 가구가 된다. 생각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소유욕이 절제되지 않는 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맺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소유욕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소유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구나 재물, 지식 같은 것들로 자기의 삶을 채우지 않으면 자신이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한 우리는 소유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 텅 빈 껍데기를 우리는 삶이라 부르고 그 껍데기에 만족한다. 따라서 이것이 망가지거나 와해되면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실상, 곧 별 의미도 없는 텅 빈 껍데기와 같은 자기 삶의 실상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하는 것은 관계의 전체적인 내용과 본질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만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그 밖의 모든 것들과 맺는 관계의 가능성, 그 엄청난 깊이와 큰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파악할 가능성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