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82
3, 협동도덕 協同道德
도덕道德이 기존 종교의 보조이념으로 쓰이면서 객관적 측면은 무시하고 주관적 측면만 강조된 개성도덕으로 발달하는 와중에 종족적 전통과 지역적 특성, 종파적 편견에 사로잡혀 도덕 본래의 취지와 의미를 잃어버린 채 독선적으로 준용되어왔다. 이제 새로운 이상理想의 수립을 위한 새 종교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도덕요소 또한 개성個性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되어온 전통, 편협, 편견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대전협동大全協同이라는 새로운 도덕관道德觀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협동도덕이라 이름하려 한다.
협동도덕은 특수에서 보편으로,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나아가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선택함으로써 신세계新世界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므로, 이야말로 참된 도덕道德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참 도덕의 적극적 측면은 이타감정利他感情이며, 소극적 측면은 자기를 버리는 감정이다. 이 두 감정의 강화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삼각면에 참신하고 강력한 동력을 균일하게 공급할 때 비로소 인류 공통의 이상理想인 전일체계全一體系가 완성될 것이다.
앞선 글에서 인생의 삼각면인 지知, 정情, 의意 또는 도덕, 정치, 경제의 균일한 발전을 강조했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삼각면의 어느 한 면을 제외하거나, 달리 고집할 수 없다. 우리의 지적知的 본능이 삼각면 전체를 포괄해 균일한 합리화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정적情的 본능 또한 삼각면 모두를 포괄해 균일하게 선善해지기를 요구하며, 의적意的 본능 역시 삼각면 전체를 포괄해 균일하게 고아高雅해지기를 요구한다. 지知·정情·의意의 삼각면이 상호간의 밀접한 관계로부터 일탈해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도덕, 정치, 경제의 삼각면 또한 상호 관련성 아래서만 균일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만일 어느 한 면이 주어진 궤도를 벗어나 혼자 앞서 나간다면 이는 일종의 포화작용으로, 이로 인해 모든 사회적 관계도 균형을 잃어 비상한 위기와 맞닥뜨리게 되고 마침내 대변국大變局이 전개되어 사회와 인류 전체에 크나 큰 재앙을 안겨주게 된다. 그러나 지·정·의 삼각면이 균일한 정상궤도를 회복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인류의 삶도 정상화된다.
무릇 도덕은 협동생활의 기본원리라는 정의定義로부터 출발한다. 이 기본원리를 벗어나서는 도덕의 정의가 수립될 수 없으며, 도덕을 떠나서는 인간도 타인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그동안 개성도덕이 노정해온 여러 가지 현실적인 모순은 도덕의 필수 요건인 협동성을 간과한 데서 기인한다.
협동도덕은 정치, 경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킴으로써 개성도덕이 수천 년간 내포해온 모든 모순을 해소하고 지선至善의 본질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정치는 도덕에 정언적定言的 권위를 부여하고, 경제는 도덕에 실천역량을 공급하며, 다시 도덕은 정치에 도의道義의 토대를 마련해 주고, 경제에 공통 복리의 타당성을 부여해야만 도덕, 정치, 경제의 삼각면을 이제까지의 모든 모순과 오류로부터 구제해 인류 공동의 목표를 향해 균형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그 진화 과정과 사회 전반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