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518

2017. 9. 5. 08:18단상



  현대화란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적 정주문화로부터 디지털적 유목문화로 전이하는 것을 뜻한다. 유목문화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필요 없다. 동일한 공간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연이어 쌓아가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는 늘 새롭게 만나야하는 낯선 초원처럼 새로움만이 유일한 가치다. 당연히 과거의 경험은 주변화 되고, 새로운 권위가 사회의 주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유목문화의 특징이며 또한 현대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는 어느 시대에나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모색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존재는 오래된 박물관과 같다. 노인들의 지혜와 희생이 우리 역사의 곳곳에 깃들어 있다. 할머니는 자기 자녀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가 낳은 자손들을 돌보는 한편, 양육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전수하는 일로 가족의 존속과 번창을 유지한다. 연장자의 경험은 오랫동안 인류 번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나이든 앞선 세대의 경험과 역할이 인류의 번영을 이루어왔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무엇이 변화할 때는 사회도 변한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대주의다. 그곳으로부터는 변화를 초래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어떤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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