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2010. 7. 19. 10:44ㆍ시
꽃 한 송이
房을 옮겼다
작고 초라하지만
귀하고 중하다.
얼마만인가
이같은 여유가
홀로 쓰는 시간이
무엇이든 무어라도 할 수 있고
무얼해도 좋은 내 房
문득 식구통으로 들어온 꽃
장미 한 송이
주스 병은 물을 담아 꽂아두고
오래 즐기라는 傳言
그 마음 향그럽고 고마워
가만 들여다 본다.
밝은 선홍의 가장자리 붉은 빛이
꽃술 안쪽으로 점점 연해지다가
끝내 순백으로 변하는
이 꽃잎을
그만 연홍이라 부르자.
조금이래도 더 두고 보려
다시 꽃대를 자르며
생각한다.
세상은 이대로도 더없이 아름답고
따뜻한데
공연히 다른 걸 더 많은 걸
그리 바랬구나
그래서 세상이 저리
분주하고
험하구나.
세상이며 사람들은 모두
제 모습 그대론데
내가 지닌 자(尺)로
세상이며 사람을 가늠하고
재단하느라
그리 조급했구나.
그래 이리 초췌하구나.
꽃이 진다고
세상마저 스러지는 것은 아니다
네 꽃과 사랑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