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낮은 데로 임하소서

2012. 4. 17. 02:54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

그 곳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보면

그보다 높은 의자에 올라앉은 이들의

발밑이 모두 보인다.

 

본시 그 곳의 주인인 사람들로부터

본디 제 것이 아닌 者들 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어떤 이는 다리를 꼬고

또 다른 이는 벌리고 접고

까불거리기도 하며

흔연스레들 앉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리는 절대 모를 무슨 은밀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로부터

누구에게라도 내보이고 싶은

자랑스런 일들까지

숱한 사연과 애환들이

그네들 신발마다

덕지덕지 묻어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당부하건데

항시 제 앉은 자리 그 발밑의

가장 후미지고 낮은 곳까지

빠짐없이 찬찬히 살피라는 것이다.

 

싸늘하고 섬뜩하며 가녀린

철제 장식용 꽃병에

엊그제 꽂은 산벚꽃 한 가지가

어느새 함뿍 피었다.

 

그래 이제 五月이지

너희네 행투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도

저놈에 벚꽃은 흐드러지게 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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