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의 길목에서 - 여름을 모르는 봄

2012. 5. 2. 20:30단상

 

 -  우리는 어떤 느낌도 순수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나 말이라는 도구로 느낌을 포장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말은 우리의 생각을 일정부분 왜곡한다. 생각이 느낌을 휘감아 짙은 그늘 속으로 던져 넣어 온갖 두려움과 갈망으로 짓누른다. 그렇게 되면 느낌은 물론 다른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미움이든 아름다움이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곧잘 미운 감정이 생길 때 그 느낌이 얼마나 안 좋은지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충동과 투쟁에 몰입하고 온갖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미움이든 시기심이든, 야망의 독이든 느낌과 함께 그것이 무엇이든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야 한다. 사랑 혹은 사랑이라는 말과 더불어 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 우리가 매일 갖게 되는 느낌이 바로 그것과 상치되기 때문이다. 미운 느낌이 들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 느낌과 함께 그대로 머물러있을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그런 일을 실제로 시도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어떤 경우에도 느낌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느낌과 연계된 기억이나 연상되는 것, 해야할 일이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관한 느낌이 한꺼번에 밀려올 것이다. 변태동물의 허물을 하나 구해서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 껍질이 얼마나 예쁜지, 그것을 남긴 동물이 무엇인지 전혀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 섬세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선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움직임이 없이 그것을 바라보거나 느낄 수 있을까? 말이 지닌 그 이면의 느낌과 더불어 말이 만들어내는 느낌 없이 우리가 과연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은 놀라울 뿐 아니라 시간의 한계와 척도를 넘어선, 여름을 모르는 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